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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음별 등산지도/전국유명 ㉵ 산

영암 은적산

by 강릉벽소령 2012. 7. 9.

 

○ 제 목 :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고 있는 “은적산”

 

전라남도 영암군 서호면에는 주변에 선사주거지와 지석묘군(고인돌) 등의 문화유적이 분포되어 있어 방문객의 대부분이 학술적인 문화탐방을 목적으로 찾고 있었으나, 작년부터는 이 곳에 있는 “은적산”을 찾아 공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호면의 “은적산”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적당한 고도의 산능선 그리고 야생의 수목 군락지가 분포되어 있는 자연생태계를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면서 지역주민과 등산동호인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배려와 공익을 위한 사고에서 기인하였으며, 2000년 2월부터 공공근로사업의 일환으로 3개월간 공공근로인부 514명을 투입 등산로 개설작업을 실시하였다.

 

옛날 화목을 구하기 위해 통행하던 산길을 따라 잡목을 제거하고 폭 1m, 총연장 19.7km의 등산로를 개설하는 결실을 보게 되었으며, 3,500여만원의 예산투자로 주차장과 쉼터 2개소, 약수터 1개소, 70여개의 이정표와 등산로 안내도를 4개소에 설치하여 주민과 방문객의 편의를 도모하였으며, 등산로 개설이후 광주, 목포 등의 인근지역 뿐만아니라 대구, 진주, 군산 등 전국각지에서 매주 200~300여명의 등산동호인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서호면에 위치한 은적산은 국립공원 월출산의 많은 바위와 기암이 드러난것과 대조적으로 해발 392.9m의 상은적봉을 중심으로 주위의 작은 산들이 완만한 능선으로 연결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형세이다.

 

이 산은 광주에서 서남쪽으로 72km, 영암읍에서 서쪽으로 15km, 그리고 목포에서 동남쪽으로 35km의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산에 오르는 첫 번째 코스는 장천리에서 관봉을 거쳐 산골정 마을에 이르는 가족등반코스로 6.7km에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구간이 길지 않고 어느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가족나들이의 1일 등반코스로 적합한 곳이다.

 

가족등반코스 구간에는 여름에도 얼음이 얼어 있다는 “얼름바위”와 산봉우리가 큰 바위로 되어 갓과 흡사하다하여 “관봉”이하 칭하고 은을 채취했다는 “은굴”이 있으며, 상은적봉 아래에 위치한 “베틀굴”은 동굴속에서 베를 짰다는 유래가 전해오고 있다.

 

함정굴에서 출발하여 오르는 구간에는 고인돌이 자리를 잡고 있어 서호면내에 많이 분포된 남방형 고인돌의 모습을 이곳에서도 볼수 있다.

 

그리고 은적산 능선 곳곳에 야생벚꽃과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어 봄첨 등산객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으며, 용지봉에서 상은적봉을 향하다 보면 신라말 풍수지리설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수학 했다고 전해오는 “옥룡암” 절터가 남아 있어 옛선인들의 정취 또한 느낄수 있다.

 

두 번째 코스는 은적산 종주코스로 청용리 함정굴에서 출발 용지봉과 상은적봉을 경유 장재동 임도, 하은적산에 이르는 13.0km의 6시간 정도 소요되는 구간이며 상은적산과 하은적산을 일주할 수 있는 코스이다.

 

가뭄이 들어 비가 오지 않으면 인근 주민들이 산 정상에 올라 연기를 피우고 기우제를 지냈다는 “용지봉”, 바위 모양이 시루떡 형상을 하였다하여 “시루떡바위”, 바위에 구멍이 뚫렸다하여 “구멍바위” 등 각각 크고 작은 유래를 담고 있는 지명 또한 흥미롭고 순박한 서민의 삶을 느낄수 있다.

 

은적산은 산 전체가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으며 상은적봉에 올라 좌로는 목포와 신도청소재지인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에는 기암괴석을 자랑하는 월출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멀리는 해남 두륜산까지 시야에 들어와 주변 경관이 한없이 빼어난 곳이다.

 

주변의 왕인박사유적지, 선사주거지, 도기문화센터 등 문화유적이 분포되어 있어 체력증진을 위한 등반과 유적탐방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나들이 코스이다.

 

 

영암 은적산

함정굴~용지봉~상은적산~불치~하은적산~양수장 13km 

 

   은적산(392.9m)은 전남 영암군 소호면과 학산면의 경계에 남북으로 길게 줄기를 형성한 아담한 산이다.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올망졸망한 산봉우리들이 겹쳐진 모습이 부드럽고 편안해 이곳 사람들은 어머니 같은 산이라고 부른다. 또 한편으로는 제왕을 받든 충신의 자태를 간직한 봉우리라고도 하는데, 이는 월출산 서쪽의 문필봉이 천황봉이 내린 지필묵이며 은적산 관봉은 신하의 벼슬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은적산 주봉인 상은적산은 산줄기 남쪽 중심부에 자리한 가장 높고 웅장한 봉우리다. 정상 주변에 바위지대가 많지만 위험한 곳이 없어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오를 수 있다. 이 산줄기에는 상은적산 말고도 은적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봉우리가 또 하나 있다. 북쪽 끝 영산강 물결에 머리를 맞대고 위태롭게 자리한 암봉인 하은적산이 바로 그것. 두 은적산 모두 정상 일대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으로, 발 아래로 목포시가지와 이제는 담수호가 되어버린 옛 바다의 흔적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하지만 은적산은 지명사전에도 그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지척에 위치한 월출산이란 명산의 그늘에 가린 탓이다. 월출산의 화려함과는 비교가 될 수 없기에 주목을 끌지 못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위치 또한 영암과 목포를 연결하는 축에서 빗겨나 있어 스쳐지나가기 쉬운 곳이다.

 

   하지만 속살을 들춰보면 의외로 거칠고 웅장한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난다. 능선을 따라 늘어선 바위 무리의 기괴함과 여기 저기 간담을 서늘케하는 수십 길 벼랑은 밑에서 느낀 산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작지만 속 깊고, 평범해 보이나 아기자기한 그런 산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적산은 발들여 놓기도 힘들게 잡목이 우거진 여느 동네 뒷산과 다름없었다. 능선을 따라 소로가 형성되어 있지만 옛날 화목을 구하기 위해 다녔던 흔적일 뿐 본격적인 등산을 위해 찾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이곳에 올해 초 영암군 소호면사무소 김형호 면장을 비롯한 직원들과 공공근로사업 요원들이 등산로를 개척하고 정비했다. 2월초에 시작된 작업은 1달 반만에 잡목 제거와 표지판 설치 등의 기본작업을 모두 마쳤다.등산로 입구에는 장승을 세워 멋스러움을 더했고, 추가로 휴식처와 샘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3월9일 오전 9시. 은적사 코스를 답사하기 위해 산으로 향했다. 아직도 바람에 찬 기운이 묻어나지만 주변은 온통 봄기운으로 충만해 있었다. 남쪽바다에서 피어오른 아지랑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고 햇살은 따가웠다. 멀리 월출산은 술에 취한 듯 몽롱하기만 하다. 시야가 흐려 높은 곳에 올라도 그다지 좋은 조망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등산복을 차려 입은 소호면 김형호(55) 면장과 직원들이 취재에 동참했다. 등산로를 내느라고 일주일에 몇 차례나 은적산에 올랐다고 하니,이 분들보다 더 뛰어난 가이드가 있겠는가.평소보다 천천히 걸어달라는 당부와 함께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은 소호면 사무소에서 학산면 방향으로 1.5km 떨어진 곳의 자그마한 언덕인 함정굴에서 시작된다. 조릿대가 가득한 이곳은 예전에 주민들이 산짐승을 잡기 위해 함정을 파두었던 장소였다고 한다. 어른 키 정도의 장승이 버티고 서 있어 등산로 입구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듬성듬성 서 있는 소나무 사이로 싸리나무류의 잡목이 가득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숲 속의 능선을 따라 천천히 고도를 올리며 15분 정도 오르니 산길 오른쪽으로 고인돌이 태연한 얼굴로 우리를 맞았다.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나지막한 기둥이 상판석을 받치고 선 고인돌의 모습이 장난감처럼 깜찍하다.

 

   고인돌을 지나면서부터 경사가 조금씩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숨을 돌리려고 위를 올려다보니 길잡이를 자처하며 앞장선 김 면장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오늘 동행한 사람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분임에도 불구하고 산행속도는 누구보다 빨랐다. 등산로를 정비하기 위해 이 길을 수 없이 올랐다니, 외지에서 온 사람이 어떻게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겠는가.

 

   온몸의 땀구멍이 한껏 열렸을 즈음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봉우리에 올라섰다. 용지봉이다. 독립봉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지만 풍수지리적으로 용의 형상과 관계가 있을 거라는 추측만 했다. 인근 주민들이 가뭄이 들고 비가 오지 않으면 이곳에 올라 연기를 피우고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용과 관련된 지명이 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기우제가 바로 비의 화신인 용신에 대한 숭배사상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산 천주산의 용지봉도 가뭄이 들면 주민들이 산에 몰래 쓴 묏자리를 찾는다고 하니, '용지'란 지명과 비는 상당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용지봉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북서쪽 내리막길을 타고 능선을 따랐다. 산길 왼쪽으로 노동 마을과 그 위의 노동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조용해 보이는 산골 마을의 정취가 느껴지지만,그 뒤 산자락을 험악하게 깎아먹은 임도의 모습은 어째 불량스럽다 못해 폭력적이다.

 

   용지봉에서 출발해 20분쯤 가니 눈앞이 시원해지는 넓은 바위지대로 나섰다. 노동제 바로 뒤편이다. 은적산 산행 중에 가장 먼저 시야가 트이는 곳이다. 잠시 앉아서 따스한 봄 햇살을 만끽하다가 길을 재촉했다. 전망대 바위에서 5분 거리에는 노동 마을에서 올라온 임도와 널따란 헬기장이 산길을 가로막고 서 있다.

 

   임도에서 다시 능선으로 진입한 뒤 15분 정도 진행하니 오른쪽으로 길이 갈리는 곳에 구멍바위라는 조그만 팻말이 붙어 있다. 모두들 그 길을 따라 20m 정도 올라가니 사람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난 바위 하나가 앞을 막았다. 산 아래에서도 구멍이 식별 가능할 정도로 큰 바위다.

 

   모두들 바위를 통과한 뒤 영산강을 따라 조성된 시원스런 간척지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야호, 야호, 야아호!" 지평선인지 수평선인지 모를 희미한 세상의 끝은 일상에서 탈출한 기쁨의 함성을 조용히 삼켜버렸다.

 

   구멍바위에서 한껏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주등산로로 내려가 다음 행선지인 옥룡암터로 향했다. 길은 다시 숲으로 잦아들며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발끝을 보고 걷다보니 등산로가 의외로 꼼꼼하게 손질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변 경치에만 눈이 팔려 바닥까지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간벌한 나무 밑동까지 깨끗하게 정리된 것을 보니 대단히 공을 들여 작업했음을 알 수 있었다.

 

   김형호 면장은 "나뭇가지의 방향까지 신경을 써가며 작업을 했다" 며 "손님을 맞는 입장에서 불편하을 끼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등산로를 만들었고, 주말에는 창천초등학교 운동장을 무료로 개방해 주차장으로 사용하겠다"고 운영계획까지 밝혔다.

 

   임도 끝 안부를 지나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곧바로 올려치니 널찍한 헬기장으로 올라섰다. 주변이 짙은 숲으로 둘러싸 작은 운동장 같은 분위기다. 이곳에서 100m 정도 더 진행하니 산길은 넓은 임도로 나서고 오른쪽에 또다시 잔디밭 같은 헬기장이 펼쳐진다. 곳곳에 쉬어가기 좋은 장소가 산재해 있다.

 

   임도를 따라 300m 정도 계속 가면 길이 크게 굽돌면서 노동 마을 방향으로 내려서기 시작한다. 여기서 100m 정도 아래에 자리한 넓은 공터가 바로 옥룡암 절터다. 이 암자는 신라 말 풍수지리설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수학했다고 전해오는 곳이다. 정교하게 쌓은 석축이 그대로 남아 있고 절터 뒤편의 커다란 바위 아래에는 시원한 석간수가 솟아나고 있다. 지금은 임도공사로 인해 식수도 오염됐지만 물길을 트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면 훌륭한 샘터가 될 것이다.

 

   옥룡암터에서 다시 헬기장으로 돌아와 북서쪽의 숲속을 가로지르는 능선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금부터는 상은적산까지 오르막이 계속된다. 넓적한 솥뚜껑처럼 생긴 바위를 지나니 정상부의 기암군이 도열하듯 줄지어 서 있다. 산길 서쪽은 여기저기 절벽이 형성되어 있어 아질한 반면 동쪽의 숲은 아늑하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우뚝한 바위들 사이로 등산로가 구불거린다.

 

   상은적산 정상에 오르기 전 100여m 구간은 마치 석물 정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기묘한 바위들로 가득 차 있다. 그 가운데는 사람이 쌓은 탑도 있었지만 자연의 조화가 빚어낸 병풍석과 어우러져 시간이 사라진 공간 속을 거슬러 오르는 느낌이다.

 

   상은적산은 비슷한 세 개의 봉우리로 구성되어 어디가 진짜 주봉인지 햇갈릴 수 있는 곳이다.하지만 지금은 친절하게 이종표가 달려 있어 엉뚱한 봉우리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염려는 없다. 옥룡암터 방향에서 진행할 때 가장 마지막에 있는 봉우리가 상은적산 정상이다.

 

   비록 400m도 안되는 봉우리지만 바다에서 바로 솟은지라 고도감이 남다르다. 남북으로 뻗은 끔틀대는 산세 너머로 바단지 뭍인지 모를 평평한 물체가 널부러져 있다. 월출산과 해남 두륜산과 달마산 능선도 황갈색 이내 너머로 이마를 내민다. 저 아담한 봉우리 너머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또 다른 바다가 펼쳐져 있으리라는 예감에 가스이 뛴다.

 

   이제부터 주능선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북쪽으로 향한다. 정상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안부에서 은적산의 명소 가운데 하나인 베틀굴을 돌아보기 위해 서쪽 사면을 타고 내려섰다. 베틀굴은 속에서 베를 짰다는 유래가 전해지는 길이 70m에 달하는 동굴이다. 또 내부에 물이 흘러 예전에는 사람들이 생활했고,그 물에 빠지면 영산강에 떠올랐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첫번째 광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작은 돌로 막아놓아 한 사람이 겨우 기어 들어갈 수 있는 정도다.

 

   주능선에서 베틀굴로 가는 갈림길에는 특별한 이정표가 없었다. 사람들이 몰리면 훼손과 오염이 될까봐 아직까지 개방여부를 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능선에서 200m 정도 가파른 사면을 내려서니 베틀굴이 입구를 벌리고 있었다. 초입에는 서너 명이 충분히 내려설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 안쪽에 동굴 내부로 들어가는 작은 구멍이 보였다.

 

   동굴 속을 한번 들여다본 후 내려왔던 길을 되짚어 주능선으로 올랐다. 갈림길에서 북쪽의 하은적산으로 향해 길을 따라 500m쯤 가니 왼쪽의 장동 마을로 내려서는 또 다른 갈림길이 나왔다. 이곳에서 아랫동네까지는 2.9km 거리. 1시간20분이면 충분히 내려설 수 있다. 이정표에 표기되어 있는 거리는 사람이 다니며 직접 측량한 수치라 상당히 정확했다.

 

   갈림길에서 다시 1km 정도 떨어진 주능선에 관봉쪽으로 내려서는 이정표가 또다시 나타났다. 이 삼거리에서 관봉까지는 1.67km라고 표기되어 있다. 멀리서 보이는 봉우리 정상에는 어찌 보면 관(冠)처럼 생겼다고도 할 수 있는 사각형의 바위가 홀로 올라서 있다. 외롭게 월출산을 바라보는 바위의 모습에서 충신의 꿋꿋한 절개가 느껴진다.

 

   관봉 갈림길에서 임도가 지나는 불치까지는 별다른 특색이 없는 능선길이다. 여기저기 소사나무가 무리 지어 자라고 발끝에 채는 게 온통 춘란이다. 난을 캐갔는지 자그마한 구덩이가 등산로를 따라 산재해 있어 동행했던 사람들이 혀를 찼다.

 

   "열 포졸이 도둑 하나 못잡는다고 아무리 단속한다 해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등산객이나 주민 모두가 자연을 보호하는 마음으로 감시자가 되어야 그나마 훼손을 줄일 수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불치에는 비포장이지만 간선도로와 다름없는 넓이의 임도가 나 있었다. 좀 늦긴 했지만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제 남은 구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서두를 것도 없었다. 면사무소 직원이 음식을 나르는 수고를 해준 덕분에 맛있게 식사를 마친 뒤 오후 3시30분경 불치를 출발했다.

 

   불치에서 하은적산으로 오르는 길은 그동안 떨어진 고도를 다시 높여야 했기에 상당히 힘들었다. 가파른 비탈길을 빠져나와 서쪽으로 휘는 능선을 1km 정도 따르니 왼쪽 아래로 30m 정도의 벼랑이 나타났다. 단칼에 잘라 낸 시루떡처럼 절벽의 단면에는 층층이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규칙적이면서도 일관성이 없는 모습이 한 폭의 잘 그려진 추상화를 보는 것 같다.

 

   이 절벽지대에서 하은적산 정상까지는 넉넉잡아 1시간 정도 걸린다. 동쪽보다 서쪽의 조망이 더 좋아 오후 늦은 시각이면 아름다운 석양에 물든 영산강의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다. 안부에서 정상으로 이어진 암벽구간만 무사히 통과하면 널따란 바위광장이 펼쳐진 하은적산 정상이다.

 

   이 산 정상 너머 북서쪽 아래에 '서마지기바위' 혹은 '마당바위'라고 불리는 넓은 바위가 있다. 바위 사이로 잡목들이 자라 덤불숲처럼 보이지만, 막상 바위 위에 올라가 보면 100여 평도 넘는 크기다. 예전에는 이 옆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았다는데, 지금도 그 집터와 샘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산꼭대기에서 물이 난다는 자체도 신기했지만, 눈만 뜨면 보이는 바다를 앞에 두고 도대체 무슨 공부를 했을지 궁금하다.

 

   정상에서 하산길은 북쪽 능선을 타고 거의 직선으로 떨어져 내린다. 산길 중간에 돌이 무더기로 쌓인 곳이있어 발을 잘못 디디면 자꾸 무너져 내렸다. 약간 가파른 감은 있지만 30분만에 종착지인 양수장 앞 도로에 도착했다. 오전부터 시작한 산행이 해질녘에야 끝난 것이다. 배낭을 풀고 먼 곳을 바라보니 낙조에 물든 붉은 영산강을 어둠이 천천히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산행길잡이

   은적산 등산로는 정비가 잘 되어 있고 크게 험한 곳이 없어 누구나 쉽게 산행이 가능하다. 주등산로는 취재팀이 답사한 함정굴에서 용지봉~상은적산~하은적산~양수장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으로 총 길이 13km에 걷는 시간만 6시간 정도가 걸리는 만만찮은 코스다. 이 주능선 외에도 소호면소재지에서 출발해 관봉 능선을 경유하는 가족산행 코스도 있다. 이 코스는 2시간30분 가량 소요되어 시간이 부족하거나 체력에 자신이 없는 노약자 등에게 적합하다.

 

   능선길을 따라 진달래군락이 산재해 봄맞이 꽃 산행지로도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월 초 관봉 주변의 산벚나무가 개화하면 산 전체가 하얀 옷을 갈아입는 선경을 연출한다고 소호면 관계자들이 전한다. 식수는 산행 전 마을에서 준비해야 하며 중간에 임도나 소로가 많아 탈출이 용이하다.휴일에는 장천초등학교 운동장에 주차가 가능하다.

 

   은적산 주변에는 선사주거지, 왕인박사 유적지, 도기문화센터, 김완장군 유적지 등 문화유적이 분포되어 산행과 유적탐방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테마여행 코스로 적합하다. 문의 영암군 소호면사무소 061-470-2608.

 

   *교통 및 숙박

   서울서는 일단 강남고속터미널에서 5~10분 간격(05:30~21:45)으로 운행하는 광주행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우등 17,700원, 일반 11,900원. 4시간 소요. 광주종합터미널에서 20분 간격(05:00~22:00)으로 운행하는 영암행 직행버스 이용해 영암에서 하차. 요금 3,700원. 1시간 소요.

 

   서울에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영암까지 1일 4회(08:40, 10:10, 15:45, 16:45) 고속버스가 운행한다. 우등 20,000원, 일반 13,400원. 5시간10분 소요.

 

  영암에서 소호면 소재지인 장천리를 경유 양수장이 위치한 태백리 백운동 마을까지 하루에 11회(영암 출발시각 06:20, 06:50, 07:10, 08:10, 09:50, 11:10, 13:10, 15:15, 16:50, 18:30, 19:40) 운행하는 군내버스 이용. 장천까지 요금 1,200원. 20분 소요. 태백까지 요금 1,700원. 40분 소요.

 

   목포에서 들어오는 버스는 하루 3회(목포 출발시각 09:10, 12:15, 17:25) 운행. 목포에서 장천리까지 요금 1,600원. 소요시간 45분. 태백리까지 요금 2,000원. 소요시간 45분.

 

   영암택시(061-472-6688)를 이용할 경우, 영암에서 장천까지 12,000원, 영암에서 태백 양수장까지 20,000원, 장천에서 태백 양수장까지 8,000원, 독천에서 장천까지 4,200원.

 

   숙박은 영암 주변의 장급여관이나 은적산과 가까운 학산면에 최근 개장한 형진초원랜드(061-473-6006)의 통나무형 방갈로(15인용 150,000원, 8인용 70,000원, 일반객실형 35,000원)를 이용할 수 있다. 식사는 소호면소재지 농협 앞에 위치한 우성삼계탕(061-471-0807. 1인분 6,000원) 등의 음식점을 이용할 수 있다.

 

 

 

 

 

 

 

은적산 연서

李順姬

찬 바람기는 묻어 실려 왔지만
꽃잎의 연서 설레는 봄날

연분홍 치맛자락 온 산에 날리며
한없이 말 건네는 진달래길 9Km 봉우리 걸으며

봄볕이 그대인 듯 감싸 안는
언덕배기
현호색, 노루귀, 제비꽃 수줍은 웃음
가녀려서 아리다

엎드린 낙엽과 흙이 만난 무소유
손에 쥔 것,
입술에 닿는 진달래 꽃잎에 나를 내려놓고
마음에 채운 것,
입술에 닿는 진달래 꽃잎에 나를 비우며

상은적봉우리에
생각 안에 있는 것들
햇살에 내어놓아 볕을 쏘여주며
생각 밖에 있는 것들을 가슴 깊숙이 한곳으로 모아
돌탑을 쌓듯
마음 가지런하게 사랑하고 싶어라

그 날 은적산 진달래 빛은 내 사랑인양 아련해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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