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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공부/♣ 등산교실

눈밭에서 길찾기

by 강릉벽소령 2010. 11. 9.

 

 

최근 잦은 눈으로 온 산이 하얗다.

특히 해발 500m 이상 되는 고지대는 응달 양달 할 것 없이 눈이 두텁게 덮혔다.

이럴 땐 늘 다니는 길도 눈 속에 파묻혀 헷갈리기 일쑤이다.

눈길은 걷기에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길을 잃을까 두렵다.

해 짧은 겨울산행을 하다 길을 잃고 헤매다간 자칫 위험한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정맥이나 대간 종주산행을 오랫동안 해온 베테랑들도 가끔씩 '알바'(경로를 잘못 들어 되돌아오는 일)를 한다.

하물며 폭설이 내려 길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라면 일반인들의 당혹감은 오히려 당연하다.

눈에 덮혀 산길이 희미해졌거나,

갈림길에서 두 개의 길이 어렴풋하게 보여 선택하기 난감한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산꾼들은 직감적으로 제대로 된 길을 찾는다.

우선 고라니나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지나간 길이라면 끝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원래 산의 주인인 이들도 편한 길을 다니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자꾸 걸리적거리거나 앞이 막혀 있는 길을 싫어한다.

단, 이들 짐승은 능선으로 자주 빠지기 때문에 맹신해서는 안된다.

 

또한 길이 안보여도 눈높이를 최대한 낮춰 앞을 바라보면

사람들이 자주 다닌 길은 약간 오목하게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참고하면 헷갈리는 길에서 유용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선행자가 남긴 띠도 너무 고마운 길잡이다.

 

내리막길에 길을 잘못 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땐 반드시 능선이나 꼭대기로 되돌아와서 다시 지형을 봐야 한다.

나침반이 있더라도 현재 위치를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계곡이 탈출로로는 좋으나 폭우 등으로 절벽이 생겼을 수도 있어 야간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눈길 함부로 걷지 말자. 뒤에 오는 사람에게 이정표가 되니까.'

 

- 부산일보 이재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