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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신문 등산지도/♣ 국제신문 전남

광주 무등산 옛길

by 강릉벽소령 2014. 10. 31.

 

 

옛 선현 즐겨 찾던 길따라 순백의 '선경(仙境)'에 들다

 

 

'빛고을' 광주의 진산이자 광주 시민들에게 '어머니의 산(母山)'으로 통하는 무등산(無等山·1187m). 부산의 금정산이나 대구 팔공산, 대전 계룡산 등과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호남 내륙의 명산이다. 특히 무등산을 사랑하는 광주 사람들의 마음은 각별하다. '광주(光州)'라는 도시 이름도 무등산의 서석대로부터 유래된 것은 차치하더라도 지역 사람들의 역사와 삶 그리고 문화가 무등산에 오롯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선동렬 감독이 프로야구에서 활약할 당시 '무등산 폭격기'라는 별명을 얻었을까. 광주가 무등산이고 무등산이 광주다.

 2개 구간으로 나눠진 무등산 옛길 중 등산로 코스로 통하는 2구간 진입로에서부터 시작해 출발지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 코스를 택했다. 이번 코스의 또 다른 묘미는 무등삼대(無等三臺), 무등산 삼대석경(三大石景) 등으로 불리는 서석대(瑞石臺) 입석대(立石臺) 광석대(廣石臺·규봉)를 비로소 모두 거친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입석대를 거쳐 서석대 머리 위까지만 통행이 허용돼 있었기 때문에 정면에서 서석대의 웅장함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무등산 옛길' 2구간이 개통되면서 비로소 서석대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된 것. 또 규봉암을 품고 있는 광석대의 경우 증심사 원점회귀로 진행했던 지난 2005년 1차 답사 때 들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곳이다.

   
전체 산행은 원효사 입구 주차장~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 앞 초소(우측으로)~무등산옛길 2구간 진입로~제철유적지~주검동유적~물통거리~치마바위~얼음바위 갈림길~작전도로 앞 안내판(초소)~서석대 전망대~서석대 정상(옛길 종점)~입석대~장불재~갈림길~지공너덜~규봉암(광석대)~신선대입구 갈림길~신선대억새평전~꼬막재~무등산장~공원관리사무소 앞으로 이어진다. 총 13.5㎞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걸린다. 식사와 휴식시간을 포함해도 6시간이면 여유 있게 완주할 수 있다.

무등산은 1100m가 넘는 고봉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풍요롭고 후덕한 육산(肉山)의 풍모를 하고 있다. 원효사 앞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이번 산행 코스 역시 편안하게 걷다 보면 어느새 1100m 고지인 서석대 앞에 이르러 눈꽃 속에 우뚝 선 주상절리대 기암을 보며 선경(仙境)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다가도 조금 뒤 다시 정신을 차려보면 벌써 출발지로 돌아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오묘한 느낌의 산행지다.

원효사 앞 주차장 통제 초소를 지나 공원관리사무소 앞 안내소까지는 2분이면 족하다. '무등산 옛길' 2구간 진입구간인 오른쪽 안내소 쪽으로 길을 잡는다. 취재팀을 발견한 광주광역시 문화관광해설사 이애심 씨가 "기존에는 서석대까지 임도 구간을 상당부분 걸어서 가야 했고 거리도 7.5㎞에 달했지만 무등산옛길 2구간이 개통되면서 숲길을 따라 완만하게 4.12㎞만 오르면 서석대에 닿는다. 거리와 시간, 걷는 맛 등 모든 면에서 절대 유리한 길"이라며 친절히 안내해 준다. 2구간은 '무아지경의 길'로 명명돼 있기도 하다.

   
무등산 입석대 앞에서 전남산악회 김관수(왼쪽) 회장을 만났다.
안내소에서 10m만 가면 왼쪽 숲길로 들어서는 입구에 옛길 2구간 안내석이 있다. 임도를 버리고 숲길로 들어서자 이 씨의 말처럼 완만하고 한적한 길이 먼 데서 온 길손을 맞아준다. 산길이라기엔 어색할 정도로 편안한 길이다. 총 11.87㎞인 전체 옛길 구간에 300m마다 세워둔 이정표가 자주 눈에 띈다. 10분쯤 가면 제철유적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던 김덕령 장군이 이곳에서 철을 생산, 무기를 만들었던 곳임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다. 5분만 더 가면 주검동(鑄劍洞)유적. 역시 김덕령 장군과 의병부대가 칼과 창을 주조했던 곳.

편안하게 이어지는 숲길을 10분쯤 더 가면 물통거리 삼거리에 닿는다. 옛날 나무꾼들이 땔깜이나 숯을 나르던 산중길이며 1960년대부터 군 보급부대원들이 보급품을 지고 날랐던 길이었는데 1980년 이후 사용되지 않다가 이번에 개방됐다고 한다. 왼쪽 길을 택해 오르는데 서서히 상고대가 드러난다. 20분 후 크지는 않지만 평평한 모양의 치마바위를 지나면서부터 길바닥이 얼음으로 변한다. 아이젠 장착 후 다시 조금 더 오르면 드디어 출입통제 구역인 무등산 정상 천왕봉이 하얀 눈을 뒤집어쓴 채 인사를 건네온다. 치마바위에서 얼음바위 갈림길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옛길 표지판을 따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나뭇가지에 핀 눈꽃들이 더욱 화려해지기 시작한다. 이미 주변은 온통 '눈의 나라'로 변해있다. 원효사에서 출발해 서석대에 이르는 코스는 무등산의 북사면에 해당된다. 따라서 맑은 날에도 햇볕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해발 750m 이상 지대에서는 겨울 내내 눈꽃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단풍철에는 서석대 입석대보다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 광석대와 규봉암.
10분만 더 가면 하늘이 더욱 크게 열리고 오른쪽 능선에 볼록하게 솟아오른 중봉과 TV중계소가 눈에 든다. 1~2분 후 작전도로 용 임도. 등산 안내도와 작은 초소가 있는데 서석대로 가기 위해서는 임도를 건너 초소 앞을 통과해야 한다. 통제됐던 구간이 옛길 개통과 함께 새롭게 열렸다. 입석대와 함께 천연기념물 465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서석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서석대전망대'까지는 10분이면 닿는다. 새하얀 눈꽃 터널을 통과해 전망대에 서면 하얀 눈꽃 속에 거대한 수석처럼 검은 빛을 내뿜고 있는 서석대의 장관에 말 그대로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장불재나 중봉에서 먼발치로만 봐 오던 서석대를 드디어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게 된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동의 물결이 흘러넘친다. '수정병풍'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한 서석대는 저녁놀이 질 때면 수정처럼 빛을 낸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왼쪽으로 살짝 우회해서 오르면 5분 후 서석대 정상부에 닿는다. 해발 1100m. 이번 산행 중 최고점이기도 하다. '무등산 옛길 종점. 11.87㎞ 전 구간 완주를 축하합니다'라 쓰여있는 이정표가 반긴다. 이정표 번호는 40번. 참고로 300m마다 세워놓은 40개의 옛길 이정표 가운데 2구간 이정표는 27번부터 40번까지다. 서석대 정상에서는 북동쪽 가까운 곳에 무등산 정상인 천왕봉이 훤하지만 그곳만은 여전히 군부대로 인해 출입 통제 구역으로 남아있다. 남서쪽에는 광주 시가지가 드넓게 펼쳐지고 남쪽 멀리로는 영암 월출산까지 조망된다.

   
서석대 정상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무등산 정상 천왕봉.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여전히 입산 통제구역으로 남아있다.
며칠 전 내린 비와 비교적 포근해 진 날씨 탓인지 서석대에서 입석대로 가는 내리막 길은 눈과 상고대를 볼 수 없다. 남쪽 사면과 북사면의 차이다. 10분이면 입석대 앞에 도착한다. 비록 눈꽃은 없지만 여전히 수직 바위병풍 입석대의 장관은 경이롭다. 입석대 앞에서 근교산 취재팀과 우연히 만난 전남산악회 김관수 회장이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 팬"이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온다. 입석대에서 억새로 유명한 해발 900m의 장불재까지는 10분이면 내려선다.

공원안내소와 벤치, 대피소 등이 있는 장불재에서 규봉암과 광석대 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벤치 사이로 난 왼쪽 길로 들어서야 한다. 정면 멀리 봄 철쭉으로 유명한 안양산이 쪼뼛하게 솟아 있다. 2분 뒤 갈림길에서 '규봉암 1.6㎞' 이정표 방향인 왼쪽 길을 택한다. 고도 차가 거의 없는 편평한 산길이다. 15분 쯤 가면 오른쪽 전망이 탁 트이는 너덜지대를 통과하는데 그 유명한 지공너덜. 10분쯤 더 가면 왼쪽으로 주상절리대의 바위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져 오는 규봉암. 무등삼대 중 하나인 광석대를 병풍처럼 머리에 이고 있는 암자다. 관음전 뒤로 우뚝 솟은 광석대는 입석대 서석대에 전혀 뒤지지 않는 멋진 주상절리대다. 특히 가을 단풍기의 아름다움은 '무등삼대' 중 으뜸으로 통한다.

규봉암 입구를 지나면 곧바로 갈림길. 오른쪽 내리막은 이서 영평마을로 내려서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꼬막재를 향해 직진한다. 역시 평지나 마찬가지인 편안한 길. 30분가량 기분 좋게 달리면 신선대입구 갈림길이다. 왼쪽 길을 택하면 곧바로 드넓은 초원이 나타나는데 일명 '신선대억새평전'이다. 장불재와 중봉 부근에 못지 않은 드넓은 억새밭으로 가을에 인기 있는 곳이다. 15분가량 가면 꼬막재약수터. 2분 뒤에는 옛날 보부상과 유생들이 화순과 광주를 오가는 지름길로 삼았던 고개인 꼬막재다. 주변에 꼬막처럼 생긴 작은 자갈이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무등산장 입구 식당밀집지역까지는 편안하게 35분 정도만 내려서면 도착한다.

◆ 떠나기 전에

- '무등산 옛길' 개통은 광주시민 무등산 사랑 결과물

   
광주 문화관광해설사 이애심 씨가 '무등산 옛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등산 옛길'은 광주광역시와 무등산을 사랑하는 50여 개 시민단체,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 등이 합심해서 되살린 길이다. 이 지역 사람들이 옛날부터 자주 다닌 길이지만 현대에 이르러 군부대 주둔 등의 이유로 통제됐던 길을 되찾고자 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전체 무등산 산행객의 70~80% 이상이 집중되던 증심사 지구 중심의 산행 코스가 너무 많은 행락객들로 인해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고 원효사 지구로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없지는 않다. 지난 2008년 개설 프로젝트에 착수, 지난해 5월 1구간이 개통됐고 10월10일 2구간이 열렸다. 2구간을 합친 총길이는 11.87㎞. 무등산 정상 천왕봉의 높이인 1187m와 숫자가 같다. 산수동 장원초등~원효사에 이르는 1구간(7.75㎞)은 산책로 수준의 한적하고 '아주' 완만한 길이고 원효사~서석대 사이의 2구간(4.12㎞)은 완만한 등산로 수준이다. 특히 2구간은 식생 및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오름길만 허용되는 일방통행로다. 하산길로는 이용할 수 없다. 그리고 전체 구간의 주요 지점마다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 설명하는 '스토리텔링' 개념을 도입했다. 이미 지난 72년 무등산을 도립공원 겸 자연공원으로 지정하고 87년 통합공원관리사무소까지 개설한 광주 사람들의 무등산 사랑이 또 한 번 빛을 발한 것이다. 금정산을 향한 부산 사람들의 애정 표현 방식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듯하다.

◆ 교통편

- 호남고속도로 창평IC에서 내려 소쇄원 쪽 우회전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호남고속도로 창평IC에서 내린다. 60번 지방도를 타고 소쇄원 가사문학관 방면으로 우회전, 2.8㎞가량 가다가 고서교차로에서 무등산 가사문학관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오른쪽에 광주호를 끼고 5㎞쯤 가다 가사문학관 앞에서 우회전, 무등산 원효사 이정표를 보고 10분쯤 가면 원효사 앞 주차장에 도착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부산서부터미널에서 광주버스터미널까지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6시10분부터 밤 9시30분까지 30~40분 간격으로 운행. 3시간10분 소요. 요금은 우등 2만300원, 일반 1만3800원. 광주버스터미널에서는 첨단 9번 버스를 타고 문화의 전당에서 내린 후 원효사행 1187번 버스로 갈아타는 방법과 518번 시내버스를 탄 후 금남로4가 역에서 1187번 버스로 갈아타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1187번은 무등산 정상 높이인 1187m, 무등산 옛길 총길이인 11.87㎞와 숫자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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