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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일보 등산지도/◈ 부산일보 경남

거제 계룡산

by 강릉벽소령 2014. 10. 31.

 

 

 

거가대교 타면 한달음… 황금빛 억새의 향연에 흠뻑

 

 

 

 

 

낙동강 남쪽을 받치는 낙남정맥은 경남 고성군 대곡산에서 남해 쪽으로 통영지맥을 만든다. 이 맥은 통영시 망일봉에서 바다를 건너 거제 시래산으로 산줄기를 다시 이어 거제지맥을 긋는다. 거제지맥은 '┫'자 모양인데, 섬 서쪽 시래산에서 출발해 거제의 중심인 선자산과 옥녀봉 사이 능선에서 다시 거제 남북지맥 가지를 친다. 거제지맥을 따라 거제의 10대 명산이 자리 잡았다. 그 중 으뜸으로 대접받는 산이 계룡산이다. 정상 주변 멧부리들이 닭 볏을 닮았고, 늠름한 산줄기가 꿈틀대는 용처럼 보인다는 산이다.

충남 공주시에 있는 국립공원 계룡산과 이름이 같다. 산 높이는 거제 최고봉인 가라산(585m)보다 낮지만, 웅장한 산세와 암릉미·조망미가 뛰어나 '거제의 진산' 칭호를 얻었다. 지난해 12월 14일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부산 산꾼들에게 거제의 산들은 '번개 산행(반나절 이내에 다녀올 수 있는 산)지'로 바뀌었다. 거제시도 거가대교가 생기면서 부산지역 등산객이 예년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산행 코스는 아기자기하다. 들머리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거제시가 조성 중인 계룡산 둘레길(길이 약 18.1㎞)의 편백 숲이 나온다. 이후 구간부터 임도사거리, 임도사거리에서 팔각정 쉼터까지 경사가 약간 느껴진다. 쉼터부터는 우툴두툴한 암릉을 밟거나 돌아서서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서 의상대~미군 통신대 유적을 지나면 황금빛 억새밭이 나온다. 고자산치를 지나 마지막 전망대인 팔각정 전망대에 올랐다가 참나무, 편백이 그윽한 숲으로 내려가면 산행이 끝난다. 크게 힘든 구간이 없고, 산행로는 하산길만 주의하면 헷갈릴 염려가 없다. 산행 거리는 약 10㎞. 산행 시간은 밥 먹고 쉬는 시간을 포함해 3시간 40분 정도.

거제 10대 명산 중 으뜸… 부산선 당일 산행
낙남정맥 등 조망 좋고 미군통신대 유적도
오누이 전설 어린 고자산치와 의상대도 볼거리

거제공설운동장과 거제시체육관 사이 주차장이 산행 들머리이다. 거제공업고등학교 방향으로 아스팔트 길을 따라간다. 5분 정도 가면 삼거리에 이정표가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이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계룡산 능선으로 곧장 올라갔지만 현재는 공사 탓에 막혔다. 출입금지 밧줄이 설치돼 있다.

이정표에서 '삼림욕장' 쪽으로 직진한다. 키 높은 편백들이 하나둘씩 보이더니 잠시 뒤 길가로 편백이 우거진 숲을 지난다. 이 구간은 거제시가 17억 원을 들여 만드는 둘레길의 일부이다.

숲을 지나 10분 정도 가면 공사 중인 상동~신현 간 우회도로 아래 굴다리를 지난다. 굴다리에서 3분 정도 가면 왼쪽 언덕에 '공사현황' 안내판이 있고 돌계단이 있다. 이 지점이 능선으로 붙는 등산로다.

돌탑을 지나 예전 등산로와 만나는 갈림길까지 10분 정도 걸린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올라 묘를 지나 5분가량 가면 임도에 닿는다. 이정표와 화장실이 있다. '계룡산 정상' 방향으로 오른다.

여기서부터 해발고도가 조금씩 상승한다. 나무 계단을 밟고 다시 쉼터 두 곳을 10여 분 만에 통과한다. 능선에 올랐지만 좌우가 나무에 가리어 조망은 여의치 않다.

아침이지만 응달진 곳엔 살얼음이 얼었다. 얼음이 녹기 시작한 데는 길이 질퍽하다. 두 번째 쉼터에서 8분 정도 가풀막을 오르면 제대로 된 팔각정 쉼터가 나온다. 거제 동북쪽이 훤하다. 동쪽을 바라보니 대금산 왼쪽 능선 너머로 거가대교가 어렴풋이 보인다. 북쪽을 보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확실하게 보인다. 쉼터에서 만난 거제 시민 이정문(47·거제시 장평동) 씨는 "거제 사람들은 조선소 덕분에 IMF도 모르고 지나갔다. 거제 인구(약 22만 명)의 절반가량이 조선소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밥을 번다"고 말했다.

쉼터부터는 까칠한 암릉이 이어진다. 날카로운 바위가 많아 주의할 곳이 제법 있다. 암릉 능선을 중심으로 좌우로 거제시내와 거제면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 암릉이 마무리되는 구간에 나무 계단이 설치돼 있다.

계단을 내려오면 억새밭이다. 진달래나무들도 군데군데 보인다. 이 길부터 계룡산 정상까지는 자갈과 흙이 섞인 길이다. 5분 정도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 표석은 길이가 1m80㎝는 넘을 정도로 키가 크다. 산 높이가 566m로 표시됐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570m로 나와 있다. 개념도에는 이 높이를 표시했다.

대부분 섬 산들이 그렇듯 계룡산 정수리도 사위가 일망무제다. 360도의 파노라마 조망을 선사한다. 북쪽으로 낙남정맥의 산들이 동쪽으로 겹겹이 달리고 있다. 서쪽으로 고성의 벽방산과 거류산이 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가라산이 보이고 남거제지맥의 산들이 북상한다. 그 능선 끝자락 너머에 거가대교 주탑이 흰빛을 띠며 서 있다.

정상에서 내려와 564봉을 지나면 의상대가 나온다. 신라 의상대사가 수도했다는 터다. 의상대 바로 아래 평평한 곳에 의상대사가 지었다는 절터가 있다. 건물 흔적은 없고 대사가 장기를 두었다는 장기바위가 보인다.

절터에서 나와 529봉을 지나 방송중계소까지 20분 남짓 걸린다. 이곳만 봐서는 부산 해운대 장산 정상을 닮은 것 같다. 중계소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여사바위가 오른쪽에 있다. 바위가 여우 모양인데, 여우의 사투리인 '여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여사바위를 지나 내려오다 보면 한국전쟁 당시 미군들이 통신대로 쓰던 건물 잔해가 보인다(여사바위에서 10분 거리). 벽돌집인데 지붕은 없고 건물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건물에서 거제면 방향으로 임도가 있는데, 산악자전거 라이딩 코스로 유명한 곳이다.

미군통신대 유적에서 능선을 따라가다 543봉을 지나면 또다시 암릉이다. 암릉이 끝나면 억새 군락지로 내려선다. 늦가을에 만발한 억새가 장관이다.

억새밭에서 5분 정도면 고자산치로 내려선다. 고자산치에 오누이의 야릇(?)하지만 슬픈 전설이 서려 있다. 초여름 소나기가 내리던 어느 날 오누이가 비를 맞으며 고개에 올랐다. 오빠는 비에 온몸이 젖은 동생을 보면서 은근히 '음란한 생각'을 했다. 잠깐이었지만 오빠는 불경한 상상을 한 자신을 자책했다. 동생을 먼저 내려 보낸 오빠는 칼로 자신의 고환을 찔렀다. 한참 뒤에 고개로 다시 올라온 동생은 피를 흘리고 숨진 오빠를 봐야 했다. 동생이 미친 듯 울부짖으며 이 고개를 내려갔다고 해서 고자산치를 '울음이재'라고도 부른다.

고자산치에서 임도를 가로질러 선자산 방향으로 다시 능선을 오른다. 이 주변도 억새 천지다. 409봉을 스쳐 최근에 지은 팔각정 전망대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된다. 팔각정에 오르면 북쪽으로 계룡산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상문동 방향으로 3분 남짓 내려오면 쉼터다. 쉼터에서 약 5분 거리에 체육공원이 있다. 이 구간부터 소나무, 참나무, 편백이 줄지어 기다린다. 체육공원에서 묘까지는 10여 분가량. 묘에서 갈림길을 지나 덕산베스트타운(이정표는'덕산APT') 쪽으로 우회전한다. 3분 정도 더 가면 산행종점인 덕산베스트타운 305동 옆쪽으로 떨어진다. 주변에 '선자산 등산로'라는 푯말이 달렸다.

 

거가대교 개통으로 부산~거제 간 통행시간이 2시간 10분(평일 승용차 기준)에서 50분으로 줄었다. 그만큼 산행 시간에 여유가 생긴 셈이다.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거가대교로 달리다 송정IC에서 통영·시청 방면으로 빠진다. 58번 지방국도를 타고 야부삼거리~연사삼거리~신현 제2교를 지나 신촌삼거리에시 시청·거제종합운동장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700여m 직진하면 거제종합운동장 입구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요금 무료.


거제도 포로수용소 입구 맞은편에 '생생이동태탕'(055-638-1066)은 강원도에서 가져온 황태로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 국물 맛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동태탕 7천 원. 미남크루즈 선착장 부근에 있는 '산골에'(055-635-1230)는 누룽지 백숙(2인분 2만 9천 원) 전문점이다. 구수한 누룽지와 쫀득한 닭이 입맛을 돋운다. 거제문화예술회관 맞은편에 있는 '싱싱게장'(055-681-5513)은 메뉴가 게장 정식(1만 원) 하나뿐이다. 양념·간장게장과 생선조림 등 반찬이 푸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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