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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일보 등산지도/◈ 부산일보 경남

남해 송동산- 괴음산 -호구산

by 강릉벽소령 2014. 10. 31.

 

 

 

사방을 둘러싼 한려수도 쪽빛 바다와 섬… 그 숨막히는 아름다움

 

 

 

 

 

 


톡톡 '봄망울' 터지는 소리가 뭇 생명을 깨우는 경남 남해군의 호구산(虎丘山·617m)을 다녀왔다. 사면이 쪽빛 바다로 둘러싸인 '보물섬' 남해의 봄 대기는 청량음료를 들이킨 듯 코끝을 톡 쏜다.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에 실려 온 노곤한 봄기운을 타고 산자락에는 신록이 물들었다. 등산로 곳곳에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는 나비 모양을 한 남해섬의 날갯짓을 부추긴다.

시원한 조망·신록 즐기며 산행
등산로 곳곳엔 야생화 꽃잎 벌려
깎아지른 암봉 타고 정상 오르면
장쾌한 다도해 풍광에 절로 감탄

다정마을을 기점으로 다정·평리 임도~연리목~괴음산~암릉구간~송등산~561봉~호구산~너덜지대~안골샘~다정저수지를 지난 뒤 다시 다정마을로 돌아온다. 총 산행거리 10.1㎞에 휴식까지 포함해 5시간 30분쯤 잡으면 넉넉하다.

산행은 남해군 이동면 다정리 남해마늘연구소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다정마을회관에서 시작한다. 마을을 빠져 나와 산길에 이르는 초반 구간은 주택이 밀집해 있어 길을 잃기 쉬우니 주의한다. 다정회관 우측으로, 도로명 주소상 남해대로 2447번 안길 5번 집과 6번 집 사이로 난 포장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이내 20-5번 주택이 보이는 첫 번째 갈림길에 닿으면 오른쪽 길로 간다. 14-23번 주택을 따라 20m쯤 걸어가다가 삼거리 갈림길에 이르면 우측으로 10m가량 내려온 뒤 다시 왼쪽으로 꺾어 14-80번 주택을 끼고 나아간다. 콩밭과 마을 저수지를 연이어 지나면 곧 이정표가 있는 다정~평리 임도에 들어선다. 15분 소요.

마을을 벗어나면 임도를 따라 양옆으로 쭉쭉 뻗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개비자나무와 팥배나무가 연인처럼 껴안고 뒤엉켜 있는 연리목이 오른편으로 보이면 곧 오거리 갈림길이다. 25분 소요.

갈림길 오른쪽은 외금마을로 내려서는 길이다. 진행 방향 7시 방면으로 작업로가 나 있는데, 포장도로가 싫다면 10시 방향으로 희미하게 나 있는 흙길을 밟고 본격적으로 능선을 오른다.

길은 능선을 치고 오를수록 뚜렷해진다. 산꾼들의 발길이 뜸했던지 중간 중간 관목과 잔가지 덤불이 어지럽게 길을 막는다. 바닷바람에 실려 온 봄기운을 안고 도톰한 새순을 매달고 있는 꽃나무들과 진분홍색으로 농익은 진달래의 환영을 받으며 45분가량 숲길을 오르면 암봉 사이에 삼각점이 있는 곳이 괴음산 정상(605m)이다. 가쁜 숨을 돌리고 시원한 해풍에 땀을 훔친다.

남해의 주능선을 잇는 남해지맥을 타고 송등산 방면으로 간다. 왼편으로 햇살에 부서지는 눈부신 남해 봄바다와 아름다운 섬 풍광이 발걸음을 유유자적하게 한다. 오른편으로는 광양만 건너 여천공단 뒤로 진달래가 만개한 영취산이 화려하게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신발끈을 고쳐 매며 보니 따뜻한 봄햇살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샛노란 양지꽃이 햇빛을 받아 별처럼 반짝인다. '바람난 여인'이란 별명을 가진 보라색 얼레지꽃은 희롱하는 햇볕의 손길이 싫지만은 않은 듯 새침하게 꽃잎을 벌리고 있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삼거리를 지나면 10여 분간 내리막이 이어지다 다시 완만한 오르막이다. 진달래 군락을 지나 삼거리가 있는 봉우리에 닿으면 상수원 보호구역 표지목이 있는 왼쪽 길로 간다. 풍파에 깎인 바위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암릉지대를 지난다. 가드레일 지대를 지나 전망바위에 오르면 왼편으로 천상의 요새처럼 우뚝 버티고 서 있는 호구산이 지척이다.

암릉지대를 지나면 이내 송등산 정상(617m)이다. 이정표가 어지러운데 정작 호구산 방향 안내는 없다. 이정표상 이동면 방면을 따라 정상석 뒤편 동쪽 길로 내려선다.

이제부터가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150m 고도차의 가파른 경사 길을 두 번에 끊어 내리 닫았다가 단번에 내쳐 올라야 하는 롤러코스터 구간이어서 새된 소리가 절로 난다. 반면 비 내리는 밤에는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위로 꾀꼬리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동쪽의 앵강만(鶯江灣)은 얄미우리만치 고요하다.

561봉을 지나면 평평한 안부 사거리로 내려선다. 30분 소요. 왼쪽은 계곡을 따라 옛 성곽 터와 다정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른쪽은 염불암과 용문사 가는 길이다. 암릉지대가 시작되는 호구산 정상 방면으로 직진한다. 답답하게 시야를 가리는 무성한 조릿대를 지나면 본격적인 가풀막이다. 호구산 0.1㎞ 이정표에 닿으면 어느 쪽으로 가든 정상으로 연결된다. 산행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호구산 정상을 시계 방향으로 돌아 나오기로 하고 정상을 북쪽에서 공략하는 왼쪽 길로 접어든다. 성벽을 타는 것처럼 깎아지른 암봉이 머리털을 쭈뼛 서게 하는 스릴을 준다.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디딜 곳을 찾는다.

5분여 암봉에 매달려 용을 쓰면 2단 원통형으로 쌓아올린 봉수대가 요새처럼 서 있는 곳이 호구산 정상이다. 일순 일망무제의 장쾌한 조망이 펼쳐진다. 사방 어디에 둬도 눈이 시원해진다. 북쪽으로는 금오산과 대방산, 호두산 사이로 창선대교가 한 줄 실금을 긋고 있다. 동쪽은 창선도와 사천만이, 서쪽으로는 영취산 진례봉과 망운산이 선명하다. 남쪽으로는 금산과 설흘산, 응봉산이 앵강만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굴곡이 심한 해안선 사이의 만에 떠 있는 호구산은 요새 같은 봉수대의 위용이 더해져 소설 '걸리버여행기' 속 천공(天空) 의 섬 '라퓨타'를 연상케 한다.

하산길에는 바다로 쏟아져 내릴 듯이 괴석들의 기세가 매서운 너덜겅이 단속적으로 이어진다.
하산길은 남쪽 나무데크 계단으로 내려간다. 정상 북쪽 코스와 달리 남쪽 길은 평안한 길이다. 호구산 직진 100m라고 씌어 있는 목재 이정표는 무시하고, 곧바로 보이는 철제 이정표 상에 다정마을 방면으로 내려간다.

 


숲길을 지나면 너덜겅이 단속적으로 이어진다. 얼음골처럼 시원한 안골샘에서 계곡 물로 목을 축인 뒤 가선대부 묘를 지나 편백나무 숲으로 접어들면 지친 발을 어루만져주는 포근한 산길이 이어진다. 30분 소요.

다정저수지가 보이는 임도로 내려서면 방둑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간다. 알싸한 향기와 파릇파릇 신선한 기운이 춘곤증을 깨우는 마늘밭과 보리밭을 지나면 종점인 다정회관이 보인다.

 

찾아가기

원점회귀 코스라 아무래도 승용차 이용이 편하지만, 기점인 다정마을이 남해공용터미널과 가까워 대중교통편도 무난하다.

남해고속도로 사천나들목을 빠져 나온 뒤 3번 국도를 타고 사천시를 지나 삼천포대교까지 간다. 삼천포~초양~늑도~창선삼천포대교를 연이어 거쳐 창선도로 들어선다. 창선도를 종단한 뒤 이르는 창선교를 건너 남해섬으로 들어선다. 삼동면사무소 인근의 지족삼거리에서 남해군청·이동 방면으로 우회전해 1024번 지방도를 타고 간다.

6㎞쯤 달리다 이동면사무소가 보이면 우측 길로 접어든 뒤 5분여 더 가면 우측으로 장평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 앞에서 남해마늘연구소를 왼편에 끼고 좌회전한 뒤 2분쯤 더 들어가면 기점인 다정회관이다. 3시간 10분 소요.

먹을거리

남해는 거센 물살이 지나는 좁은 물목에 대나무 발 그물을 세워 고기를 잡는 죽방 멸치가 유명하다.

내장을 드러낸 멸치를 양파, 미나리, 깻잎, 청양고추 등을 듬뿍 넣어 버무린 멸치회나 고춧가루를 넣어 자박하게 조린 멸치쌈밥은 입맛을 잃기 쉬운 봄철 입맛을 돋운다. 창선대교 건너기 전 삼동면 지족리에 '우리식당(055-867-0074)' 등 이름난 맛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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