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시살등

 

 

 

우거진 숲 '그늘 산행'…자장동천 계류에 더위 훌쩍

 

 

  

영남알프스 중에서도 배내골은 꺼내도 꺼내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보물단지와 같다. 배내골의 동쪽으로는 배내봉에서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을 거쳐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둘러싸고, 서쪽으로는 능동산에서부터 천황산 재약산 향로산 등 준봉이 빼곡하다. 또 1000m를 넘나드는 이들 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계곡과 지능선들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특히 언양과 원동에서 오는 버스 노선의 종점이자 울주군과 양산시의 경계에 있는 태봉마을은 숱한 코스의 시점이자 종점이 되고 있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에서 파래소를 거치는 왕봉골, 단조산성으로 오르는 백팔등, 청수좌골과 우골, 그 사이의 중앙능선까지 골과 능선이 번갈아 이어진다.

청수골 입구서 시살등까지 능선 산행

	시살등 정상에서 오룡산 방향으로 향한 능선.정면 왼쪽의 둥그스럼한 봉우리가 오룡산 정상이다. 시살등 정상에 서면 동서남북 뚫린 장쾌한 조망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청수골로 오르는 길이 막힌 상태다. 좌골과 우골이 합쳐 흘러내려오는 등산로 초입에 있는 펜션 측이 사유지의 등산객 통과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의 횡포가 원인이 됐다지만 청수골의 비경을 보려면 반드시 거쳐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 지자체가 나서 해법을 찾았으면 한다. 아직 '공식적으로' 우회하는 등산로가 개설되지 않아 헛걸음할 수도 있다.배내골 버스 종점을 출발해 시살등으로 능선을 따라 올라갔다가 맞은편 통도사 자장암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답사했다. 중간중간에 가파른 길이 있지만 그보다는 숨을 고르며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완만한 구간이 더 많다.

이번 코스는 배내골 버스 종점을 출발해 청수골 입구 파래소2교~능선~장선리 삼거리~전망대~헬기장~삼거리~신동대굴(~다시 삼거리)~시살등(981m) 정상~능선~바위전망대~이정표(통도사 임도) 삼거리~임도~삼거리(능선길)~자장동천~자장암을 거쳐 통도사 입구에서 마무리한다. 전체 산행거리는 15.5㎞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30분~5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6~7시간 걸린다.

산행은 배내골 버스 종점에서 차를 내리면서 시작한다. 원동 쪽으로 100m쯤 가서 태봉교를 건넌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안내판이 무색하게 배내골 일대에는 펜션과 같은 숙박시설, 음식점이 늘고 있다. 태봉교를 건넌 뒤에는 신불산자연휴양림 하단지구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계속 간다. 몇 군데에는 최근 울주군이 조성한 하늘억새길 이정표가 있다. 1㎞쯤 올라가면 청수골을 건너 청수골가든·펜션이 있다. 여기서 파래소2교를 건너지 말고 다리 앞에서 오른쪽 쇠사슬 차단 줄을 지나 축대가 쌓인 길로 올라간다. 100m 정도 올라가면 너른 공터 끝지점에서 위쪽으로 본격적인 산길이 열린다. 10m쯤 올라서서 정면의 완만하고 뚜렷한 길 대신 왼쪽 오르막으로 들어선다. 50m 정도 엇갈리는 길이 어지럽지만 능선 방향으로 올라가면 된다.

	신동대굴에 쌓아놓은 돌탑.

초반부터 길은 가파르다. 15분 정도 올라가면 어른 두어 명이 감싸야 할 만큼 덩치 큰 소나무가 나오고 곧 경주이씨 묘를 지나며 길이 잠시 완만해진다. 무덤에서 10여 분 가면 산죽밭을 지난다. 왼쪽 멀리 나무 사이로 신불산과 영축산이 언뜻 보인다. 다시 10여 분 더 걸으면 이정표가 선 삼거리다. 오른쪽 길은 장선리(1.5㎞)로 가는 길이고 시살등(1.9㎞)은 능선 따라 직진이다. 군데군데 굵은 소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10분가량 가면 길이 가팔라지고 잠시 뒤 바위 옆으로 돌아가는 길에 뒤돌아보면 배내골 건너 재약산과 향로산 등이 보인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큰 소나무 옆 바위전망대에서 향로산과 재약산을 다시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부터 완만한 길로 10분 정도 오르면 한순간 앞이 트이며 블록으로 만든 헬기장이 나온다. 길은 직진해서 봉우리를 왼쪽으로 돌아간다. 5분가량 더 가면 Y자 삼거리가 나온다. 시살등 방향 왼쪽으로 간다. 왼쪽으로 50m 가면 다시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이정표에는 올라온 방향으로 '장선팜스테이마을', 시살등 방향으로는 '양산 통도사'만 표시돼 있다. 누군가가 이정표 위에 화살표와 함께 신동대동굴을 표시해 두었다. 신동대굴은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된다. 잠시 후 직전의 삼거리에서 갈라진 오른쪽 길과 만난다. 5분 정도 가면 갑작스레 눈앞에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나타난다. 잠시 뒤 바위 아래 깊숙이 들어선 제법 너른 동굴이 보인다. 보통의 동굴처럼 안으로 깊은 것이 아니라 폭이 40~50m로 넓고 높이는 2m 정도, 안쪽으로 10m 이상 들어간다. 동굴에서 내려다보이는 계곡이 통도골이다. 주능선에서 통도사와는 반대 방향의 골짜기에 통도골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아래의 장선마을에서 통도사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 주민이 많이 다녔기 때문이다.

우람한 암벽 아래 숨은 신동대굴 '탄성'

	하산길 자장암에 닿기 전 나오는 자장동천 반석과 작은 폭포.

동굴에서 삼거리로 돌아온 뒤 다시 능선을 따라 오른다. 가팔랐다가 완만해지길 반복하는 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정상이 가까워지며 숲 그늘을 벗어난다. 곧 정상에 선 이정표가 눈에 들어오고 100m가량 더 올라가면 시살등 정상이다. 정상에 서면 기막힌 조망을 누릴 수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영축산은 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 외에는 재약산~천황산~운문산~가지산~간월산~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주요 봉우리들을 모두 볼 수 있다. 서쪽으로는 오룡산이 앞에 보이고 경부고속도로 건너 천성산 능선이 길게 누워 있다. 답사로는 올라온 방향에서 오른쪽, 오룡산 방향으로 능선을 걷는다. 그늘은 없지만 그만큼 좌우로 조망이 시원하다. 곧 숲으로 들어선 뒤 10여 분 완만한 길을 가면 배내골 쪽으로 탁 트인 바위전망대가 나온다. 잠시 내려가면 이정표가 서 있는 안부 삼거리다. 직진하면 오룡산으로 가고 하산로는 이정표의 '통도사 임도(1.3㎞)' 방향 왼쪽 내리막이다.

내리막은 초반부터 가파르다. 숲이 짙어 흙길이 습기 찬데다가 돌이 많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10분쯤 내려가면 마른 계곡을 건너고 계속 가파른 길이다. 발길이 잦지 않아 중간중간 길이 희미하다. 게다가 돌길이 이어져 길 찾기가 어려운 곳이 있다. 15분 정도 내려가면 다시 계곡을 만난다. 답사 당시에는 가는 물줄기가 흐르고 작은 폭포도 나온다. 폭포 아래에서 계곡을 건너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돌길에 발을 디디면 잘 허물어져 내려 위험하다. 15분 정도면 임도와 만난다. 왼쪽으로 올라가면 능선을 타고넘어 금수암으로 이어진다. 답사로는 오른쪽이다.

통도사 임도 걷다가 다시 산길로 들어서

콘크리트 임도는 5분 정도 걸으면 비포장으로 바뀐다. 다리를 건너 이어지는 흙길 임도를 7~8분 걷다가 길이 180도 가까이 휘는 지점에 너른 터가 있다. 답사로는 여기서 산길 내리막으로 들어선다. 이정표가 없는 지점이라 리본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 일단 내려서면 길은 완만하게 이어진다. 20여 분 능선을 따라 가다 보면 완만해지면서 길이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곧 아래로 자장동천 계곡이 보인다. 계곡에 내려서면 왼쪽으로 너른 길이 연결된다. 자장동천엔 맑은 계류가 암반을 타고 흘러간다. 잠시 뒤 계곡을 건너 15분 정도 넓고 편안한 길을 걸어 내려가면 자장암 입구다. 여기서부터는 도로를 따라간다. 서축암 갈림길 지나 600m가량 더 가면 표전교를 건너기 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차단봉이 서 있는 길로 들어선다. 계속 내려가면 통도사가 나오고 여기서 20분을 더 걸어가면 통도사 입구에 도착한다.

 떠나기 전에

자장암서 보는 영축산 원경 '별세계'

	자장암 뜰에서 바라본 영축산 능선.

힘든 하산길이 끝나고 자장동천에서 잠시 땀을 식힌 뒤에 조금만 더 걸어 내려가면 자장암(慈藏庵)이 나온다. 지친 다리로 돌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는다 하더라도 자장암은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통도사의 수많은 산내 암자 가운데 하나이지만 유명세로 따지면 다른 암자에 앞선다. 바로 금와보살로 불리는 금개구리 때문이다.

찻길이 아닌 돌계단으로 올라서서 자장암에 들어서면 바로 안쪽에 관음전이 있다. 이 뒤로 돌아가면 바위벽에 자장이 신통력으로 뚫었다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작은 구멍이 있다. 신라 진평왕 때의 승려인 자장이 이 바위벽 아래 움집을 짓고 수도할 때 두 마리 개구리가 곁을 떠나지 않자 신통력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어 개구리들이 들어가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자장암은 금와의 전설보다도 마당에서 바라보는 영축산의 풍광이 더욱 멋스러운 곳이다. 영축산에서 시살등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구름이 걸쳐 있고 그 틈으로 비스듬히 햇살이라도 비치면 별세계가 된다. 자장암과 영축산 주능선 사이에는 높은 곳이나 시야를 가리는 키 큰 나무 등이 없어 독특한 조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자장암 아래를 흐르는 자장동천을 따라 2㎞ 정도 내려가면 안양동대를 거치고 여기서 잠시면 통도사에 닿는다.

 교통편

 석남사 앞서 배내골행 버스 하루 7번

이번 산행은 출발지와 도착지의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들머리인 배내골 백련마을로 가려면 부산에서 일단 언양으로 가야 한다. 노포동 터미널에서 오전 6시 3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50분 소요. 배내골로 들어가는 버스는 KTX 울산역, 언양, 석남사 등 출발지가 제각각이다. 석남사에서 출발하는 버스 편이 오전 6시 45분, 8시 15분, 10시 20분, 11시, 오후 2시 10분, 3시 30분 등에 있다. 20분 소요.

산행을 마치는 통도사에서는 정면으로 200m 정도만 걸어가면 신평 버스정류장이 있다. 여기서는 언양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노포동 터미널로 가거나 정류장 인근에서 명륜동까지 운행하는 양산 12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