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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신문 등산지도/♣ 국제신문 경남

거제 대금산

by 강릉벽소령 2014. 10. 31.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장거리 산행을 해야 제격인 철과 가볍게 나들이하듯 산행을 해야 어울릴 것 같은 계절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어쩐지 봄 산행은 가벼워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매주 그렇게 하기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한두 차례만이라도 꽃천지를 이룬 야트막한 산을 다녀와야만 할 것 같은 계절이 바로 봄이다.

아마도 날씨에 따라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탓도 있겠지만 산 색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일 것이다. 아지랑이 사이로 연둣빛 새싹이 어른거리고 연노랑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의 투명한 색상이 햇빛을 흡수해 다시 제 색깔을 더 뽐내는 알록달록한 봄의 산. 굳이 그림에 비유하자면 겨울의 산은 수묵화, 여름과 가을의 산은 진한 유화, 그리고 봄의 산은 화사하고 투명한 수채화에 비유할 수 있겠다.

   
거제도 동쪽 끝의 대금산은 3월 말~4월 초 진달래가 만발한다. 산행객들이 7부 능선에 펼쳐진 진달래 평원을 통과하고 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봄꽃 산행을 해보자며 찾은 곳이 거제 장목면에 있는 대금산(大錦山·437.5m)이다. 신라시대 금과 은이 많이 생산됐다고 해서 대금산(大金山)이란 이름을 가졌지만 조선 중엽부터 마치 비단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비단 금(錦)자를 쓴 대금산(大錦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정상부엔 산성의 흔적도 있다.

산도 낮지만 코스 길이도 불과 7㎞ 남짓하고 힘든 구간도 별로 없어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산보하듯 걸어도 3시간이면 넉넉하다. 통상 5~6시간씩 걸었던 기존의 근교산 소개 코스와 비교하면 난이도 면에서 훨씬 수월한 것. 반면에 빼어난 남해안 풍광을 즐기고 진달래 향기에 원없이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봄꽃 산행지로는 최적이 아닐까 싶다.

전체적인 코스는 거제시 연초면 명동리 명상버든마을 버스정류장~대금산 마을~정골재~전망대~정상~전망대~시루봉 갈림길~시루봉 정상~시루봉 갈림길~뽈쥐바위고개(진달래군락지)~임도 갈림길~벽개동목장~명상버든마을 정류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들머리인 명상버든마을 정류장에서 대금산을 바라보며 동쪽인 대금산 마을 쪽으로 들어서는 길은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이다. 마을 입구의 등반안내도를 지나 마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15분쯤 후 임도를 버리고 정면 등산로로 치고 오르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백목련과 홍목련이 어우러진 목련터널이 길손을 반긴다. 흑염소 수십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향긋한 꽃냄새를 맡으며 10분가량 올라서면 다시 임도와 만나는데 왼쪽으로 50m가량 가면 넓은 주차장이 있고 좌우로 임도가 갈라진다. 이곳이 정골재다. 오른쪽으로 가면 장목면 외포 방향, 왼쪽은 애초 명상버든마을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아스팔트 길을 따라 고갯마루로 올라가서 만나는 반깨고개와 연결된 길이다.

   
임도를 외면하고 이정표에서 정면 산길로 치고 오른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이 구간은 거제지맥의 일부 구간이기도 하다. 제법 땀이 밸 정도로 15분가량 오르막을 치면 정상부 못 미친 곳에 조망이 탁 트이는 전망대를 만난다. 북서쪽으로 멀리 고현만과 고성 앞바다, 고성 거류산, 통영 벽방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가깝게는 산행 초입의 대금산마을과 거제도의 수많은 연봉들이 펼쳐진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면 2분 뒤 정상 아래 공터 갈림길. 이곳에 이미 자리를 깔고 식사를 하며 얘기꽃을 피운 사람들이 있다. 목을 길게 빼고 그 너머 아래 진달래평원을 보니 지금까지의 산길과는 판이하게 다른 분홍색 꽃밭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좀 있다 들를 생각을 하며 오른쪽으로 30m만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대금산 정상이다. 대부분의 남해안 산들이 그렇지만 대금산 정상의 조망 또한 가히 일품이다.

쪽빛 남해 바다에 톡 튀어 나온 이수도는 말할 것도 없고 서쪽으로 멀리 가덕도와 부산신항, 그 너머 다대포 아미산 영도 봉래산이 성큼 다가선다. 특히 거제도와 가덕도 사이 저도와 중·대죽도를 연결한 거가대교의 사장교 주탑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한층 가까워질 부산과 거제도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 늠름하게 서 있다. 대금산은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거제도의 연봉들 중 부산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산이다. 또한 동쪽으로는 계룡산 옥녀봉 선자산 등 거제도의 여러 형제 봉우리들이 펼쳐진다. 서쪽의 거제도 연봉들만 한정해 바라보면 이곳이 섬인지 내륙의 깊은 산중인지 헷갈릴 정도로 첩첩이다. 남동쪽 아래로는 시루봉(358m)과 외포항,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도 내려다보인다. 눈을 조금 들어 먼 바다를 보면 대마도가 희미하게 들어온다.

3월 마지막 주 현재 대금산의 진달래 개화선은 8부 능선 정도. 점점 정상부 쪽으로 올라오고 있다. 4월 4일에는 거제시가 나서서 대금산 진달래축제를 연다. 일부에서는 그때쯤이면 이미 만개했던 진달래가 서서히 지지 않을지 걱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 즈음이 절정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날씨에 따라서 변동이 있을테니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대금산 정상에 서면 이수도 너머로 가덕도와 거가대교 , 다대포, 영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남동쪽 정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하산길을 잡는다. 시루봉과 외포항 망월산이 바라보이는 전망대를 지나 내려서는 길은 곳곳에 진달래 터널이다. 5분 뒤 진달래평원 들머리 갈림길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시루봉을 향해 우회전. 안부로 살짝 내려섰다가 올라서면 10분 만에 시루봉 정상에 닿는다. 시루봉 정상 동쪽 사면 역시 분홍색 진달래가 지천으로 널렸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대금산 진달래평원 속으로 들어선다. 올려다본 대금산 정상부 마루금의 암릉과 진달래평원에 흩날리는 꽃잎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치를 연출해 낸다. 어느새 속세의 모든 번뇌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분홍색 파도'에 몸과 마음을 싣고 두둥실 떠다니는 듯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뽈쥐바위고개에서 널따란 임도길을 따라 내려서면 3분 뒤 임도 갈림길. 왼쪽은 정골재 방향이지만 오른쪽 내리막을 따라 산보하듯 내려가면 2분 후 중봉산 갈림길이 나오고 계속해서 내려서면 벽개동목장을 지나 비포장 길이 콘크리트 포장 도로로 바뀌는 지점이 나온다. 임도를 따라가면 아스팔트 포장이 돼 있는 간선도로 옆 반깨고개에 닿지만 취재팀은 이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능선 산길을 탄다. 10분쯤 더 내려서면 대금산마을 뒤 대나무 밭이 나오는데 바로 아래가 들머리인 명상버든마을 입구. 짧지만 환상적인 봄꽃 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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